1. 경기안정정책의 필요성
국가경제의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변동은 단기적 경기변동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실업이란 일할 의사가 있는데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한편 인플레이션이란 다양한 재화와 서비스의 평균적인 가격 수준을 의미하는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1930년대 이후 거시경제학의 주된 문제는 실업이었습니다. 특히 대공황(Great Depression) 때는 실업을 줄이는 것이 경제학자들과 정책 담당자들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였습니다. 이에 비해 인플레이션은 1960년대 후반 이후 전 세계적 현상으로 대두되면서부터 중요한 경제문제로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물론 과거 금본위제도 하에서도 물가상은 존재했지만, 1970년대에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이 동시에 증가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발생하면서 비로소 인플레이션 문제의 중요성이 강조되었습니다.
1-1. 인플레이션의 원인과 폐해
물건 값이 오르면서 흔희 상인들은 올해 작황이 나빠서라든지 인건비나 재료값이 올랐기 때문이라는 등의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것은 물가의 변동요인을 부분적으로나마 설명한 것으로, 물가를 변동시키는 원인은 크게 수요 측 요인과 공급 측 요인, 그 밖의 기타 요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원인을 직관적으로 분석하고 인플레이션이 어떤 측면에서 경제에 해악을 끼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1-1-1. 인플레이션의 원인
과도한 총수요가 물가를 끌어올려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고 보는 견해를 수요견인설(demand-pull theory, 통화량의 증가 등 총수요의 과다로 인한 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주로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는 통화량, 소득, 소비성향 및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등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통화량은 가장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입니다. 통화량이 늘어나면 시중에 돈이 풍족해져서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게 되는데, 이때 만일 공급능력이 한계에 달하여 수요가 증가한 만큼 공급이 늘어나지 못한다면 통화량 증가는 곧바로 물가상승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여러 나라에서 GDP 디플레이터 또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통화량 증가율과 밀접한 관계를 보여왔습니다. 이 때문에 정책당국은 적정 통화를 공급하여 물가를 안정시키고,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이루려 합니다.
공급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는 생산기술 및 설비투자, 수출입, 자연조건 등이 있습니다. 생산기술의 진보나 생산설비의 증설은 공급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원가를 절감시키거나 상품의 생산량을 증대시켜 물가를 하락시키게 됩니다. 최근 정보통신산업의 급속한 기술발전 등 생산성 향상으로 인한 관련 상품의 가격하락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뭄과 홍수와 같은 자연환경 변화도 농산품 물가 변화의 중요한 원인이며, 그 밖에 수풀입 물량의 증가도 국내공급량에 영향을 미쳐 물가변동을 초래하게 됩니다.
또한 물가를 변동시키는 주요한 공급 측 요인으로 비용요인이 있습니다. 즉, 원자재 가격, 환율, 임금, 세금, 금융비용, 유통비용 및 부동산 임차료 등과 같이 상품의 원가를 구성하는 항목들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이러한 생산비의 상승에 주목하는 이론을 비용인상설(cost-push theory,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생산비의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생산비 구성항목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원자재 가격의 움직임인데, 특히 우리나라는 부존자원이 부족하여 원자재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므로 해외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 국내물가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1973년과 1979년의 석유파동 직후 국내물가각 연간 40% 이상 올랐던 것이 그 좋은 예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외국으로부터 상품을 수입하기 위해서는 미달러화를 비롯한 외환을 사용해야 하는데, 수입품의 외화표시 가격이 변하지 않더라도 환율이 변동하면 원화로 환산한 국내수입가격이 변동하게 됩니다. 환율이 오르면, 즉 외국 통화에 대한 우리나라 돈의 가치가 떨어져 원화로 환산한 수입품의 가격이 상승하므로 물가가 오르게 되며, 반대의 경우에는 물가가 떨어지게 됩니다. 외환위기로 인해 환율이 32%나 상승하였던 1998년에 소비자물가가 7.5%나 상승한 것이 좋은 예입니다. 또한 임금은 근로자 입장에서 보면 소득이지만, 기업 입자에서는 제조원가를 구성하는 항목이므로 비용면에서 물가를 변동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그 밖에 세율 인상에 따른 세금부담의 증가와 금리상승에 따른 금융비용의 증가, 유통비용의 상승 및 부동산 임차비용의 상승 등도 기업의 제조원가를 상승시켜 결과적으로는 물가를 상승시키게 됩니다.
1-1-2. 예상된 인플레이션의 비용
물가가 안정된다고 자동적으로 경제가 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반드시 물가안정이라는 조건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결론은 물가가 안정되지 않은 상태, 다시 말해 인플레이션 또는 디플레이션이 경제에 어떠한 폐해를 가져오는지를 살펴보면 분명해집니다. 인플레이션은 경제주체들이 인플레이션을 미리 예상했느냐, 아니면 예상하지 못했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어느 경우든 경제의 효율을 저하시켜 적지 않은 비용을 발생시키게 됩니다. 미래의 인플레이션을 완벽하게 예상할 수 있다면 경제활동에 왜곡이 초래될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게 됩니다. 예를 들어 앞으로 1년 동안 5%의 물가상승이 예상되어 임금협약을 체결하거나 자금을 대차(貸借) 할 때, 그리고 그리고 소비나 투자를 할 때 이를 반영한 경우 이후 1년간 실제 물가상승률이 5%였다면 그 의사결정은 옳은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을 완벽하게 예상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는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첫째, 인플레이션이 예상될 경우 사람들은 가능한 한 현금을 보유하지 않으려 할 것이고, 인플레이션만큼 현금의 가치가 낮아져 현금보유의 기회비용이 커짐에 따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명목금리 상승으로 더 많은 이자소득이 발생하는 예금의 비중을 현금에 비해 늘리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사람들은 현금을 지출할 필요가 있을 때마다 더 자주 은행을 찾아야 하며, 끊임없이 현금과 예금의 포트폴리오 구성을 조절해야 할 것입니다. 은행을 자주 방문하거나 포트폴리오 구성을 바꾸는 것도 일정의 비용인데 이를 흔히 신발이 닳아서 생기는 비용, 이른바 구두창 비용(shoe leather costs)이라고 합니다. 둘째, 앞으로의 인플레이션이 경제활동에 반영하는 과정에서도 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플레이션에 따라 세율이 변경할 필요가 있다면 세법개정안을 마련하여 국회에 제출하거나 세법이 개정된 이후 이를 실해하는 행정적·시무적 절차가 따라야 하는데, 이 모든 것이 사회적 비용입니다. 이러한 사례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명목기준으로 결정되는 모든 계약에 적용된다.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상승한다면 그때마다 노사협의를 개최하여 임금인상을 결정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셋째는, 기업과 상인들은 물가상승에 맞추어 가격표를 자주 변경해야 합니다. 이와 같이 가격변화에 대한 정보수집과 가격표를 교체하는 데도 비용(menu cost)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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